지혜는 전수될 수 없다"는 책을 두고 발제 열두 개로 세 시간을 떠들었다. 오만한 싯다르타에 악플을 달다가 끝내 그처럼 되고 싶어졌고, 고빈다에겐 학원을 찾아주기로 했다. 시즌 마지막 모임
지혜는 전수될 수 없다"는 책을 두고 발제 열두 개로 세 시간을 떠들었다. 오만한 싯다르타에 악플을 달다가 끝내 그처럼 되고 싶어졌고, 고빈다에겐 학원을 찾아주기로 했다. 시즌 마지막 모임
Sangwoo Yang
@IGhost-P

일시 6–7월 시즌 마지막 모임(7월 23일) · 책 헤르만 헤세 『싯다르타』(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박병덕 옮김, 246쪽)
시즌 마지막 모임이라 그런지 근황부터 길었다. 민음사 편집자의 사내 강연에서 책에 사인을 받아온 자랑이 있었고(너무 부러워 진짜), 홍대에서 모임을 운영하는 리더님이 게스트로 놀러 왔고, 영화 「호프」를 두고 호불호가 갈렸다(이 모임엔 호가 다수. "다음 작을 봐야 명작인지 안다"는 유보파도.. 이번주에는 꼭 보러가야겠다).
1922년에 나온 소설이다. 헤세는 인도 선교사 집안에서 자랐다 — 부모는 인도에서 선교 활동을 했고 외조부는 인도학자였으니, 동양은 그에게 이국 취미가 아니라 집안 내력이었다. 『데미안』(1919)으로 자기 문학을 한 번 갈아엎은 헤세가 이번엔 아예 고대 인도로 들어가, 브라만의 아들 싯다르타가 집을 떠나 사문으로, 속세로, 강가로 흘러가는 일대기를 썼다.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이 책은 1960년대 미국 젊은 세대가 경전처럼 들고 다닌 책이 됐다. 헨리 밀러는 "신약성서보다 더 큰 치유력을 가진 작품"이라고까지 썼다.
민음사판은 246쪽. 부담 없는 두께에 밑줄 칠 문장이 밀도 높게 박혀 있다. 이날 "밑줄 칠 곳이 너무 많아 인덱스를 못 붙일 정도"라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다.
제목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원래 한 사람 — 석가모니의 이름이다. 헤세는 이 한 사람을 둘로 쪼갰다. 고타마는 완성된 부처로, 싯다르타는 아직 길 위에 있는 자로. 미완의 싯다르타가 완성의 고타마를 향해 가는 길, 그게 제목이자 이 책의 구조다. 이 해석은 이날 불교철학을 전공한 멤버에게서 나왔는데, 뒤에서 다시 등장한다.(내용 해석이 진짜 멋있었다)
싯다르타 — 브라만의 아들. 잘생기고 똑똑하고,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오만하다. 이날 내내 악플과 옹호를 오간 문제적 주인공.
고빈다 — 싯다르타의 친구이자 그림자. 평생 스승을 찾아다닌다. 이날 모임의 진짜 주인공(후술).
고타마 — 완성된 부처. 싯다르타가 유일하게 존경하지만, 따르지는 않는 사람.
카말라 — 기녀. 싯다르타에게 사랑을, 그리고 속세를 가르친다.
카마스와미 — 상인. 싯다르타에게 장사를 가르치고, 채무 걱정으로 잠을 못 잔다.
바수데바 — 뱃사공. 말하는 대신 듣는 사람. 이 책의 숨은 성자.
아들 — 싯다르타가 마지막에 만나는, 가장 어려운 스승.
발언 인용은 메모+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 표현이 원말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사람의 성숙함을 그린 책." 처음엔 "왜 이렇게 오만하지?" 싶었는데, 갈수록 깨달아가는 모습에 이 책을 인생책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이해됐다는 첫인상.
"헤세가 하고 싶은 말을 싯다르타의 일대기를 빌려 계속 얘기한다." 여기엔 각주가 붙었다 — 고빈다는 좀 이용당한 것 같다고.
"이번 시즌 네 권 중 가장 마음에 든 책." 힐링되고 비워지는 느낌이라 주변에 추천 중이라는 멤버도 있었다.
"웃겨서 지루하지 않았다." 동물에 빙의하는 장면 등이 갑자기 판타지 같아서 오히려 즐겁게 읽었다는 감상. 얇은 두께에 잘 담아냈다는 평가와 함께.
"내용은 호, 싯다르타라는 인물은 불호." 이 책은 고빈다로 시작해 고빈다로 끝나는데, 정작 싯다르타는 고빈다를 끝까지 무시하는 나르시시스트 같았다는 것. 이날 나온 표현을 빌리면 고빈다는 싯다르타의 '자존감 충전기'다.
"작가의 구도는 세 가지다." 두 번째 읽으니 보였다는 멤버의 정리 — 고타마는 내가 닮고 싶은 것, 카말라는 세상이 요구하는 것(돈·명예), 뱃사공과 아들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 결국 "너는 어떤 사람으로 살래?"라고 묻는 책이라는 독법.
"싯다르타: 우리 아버지도 이랬겠구나." 처음 읽어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아버지를 떠났던 싯다르타가 자기 아들을 보내주며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장면이 와닿았다는 감상.
"너도 당해봐라." 몇십 년을 수련한 고빈다는 못 깨닫는데 놀 거 다 논 싯다르타가 깨닫는 게 얄미웠고, 그래서 아들이 도망갈 때 고소했다는 솔직한 고백.
"돌멩이도 가치가 있다." 초반엔 방황하는 싯다르타에 공감했고 후반엔 위로받았다 — 우리도 죄인도 영웅도 될 수 있다는 말이,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같다는 평.
"말이 필요하지 않나?" 너무 어려웠고, 모임이 아니었으면 끝까지 못 읽었을 거라는 고백. 싯다르타의 말에 계속 반박하고 싶었다고 한다 —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알지,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닌데. 다만 강물 비유는 좋았다고. (이 반박은 발제 11에서 정식 안건이 된다.)
"싯다르타처럼 되고 싶다." 초반엔 오만한 싯다르타에 악플 달듯 읽었지만, 자식을 사랑하며 역지사지로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는 감상. "회사에서 싫은 사람은 영원히 이해 못하는 나로선, 모든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게 신기하다."
"헤세 책 중에선 거친 편." 헤세 팬 멤버의 냉정한 평. 압축 성장 서사라 영화 「가여운 것들」이 생각났다며 영화를 추천했다.

"불교 사상이 정말 많이 녹아 있다." 이날의 해설위원, 교사이자 불교철학 전공 멤버의 정리다. "부처의 마음에도 악한 마음이 있다"는 교리 — 범부를 이해하기 위한 자비 — 가 아들로 인한 고뇌 장면과 연결되고, 경전(교종)과 참선(선종)의 대립은 고대 인도 부파불교 논쟁 그대로라는 것. 무엇보다 보통의 성장서사는 '사회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인데,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의 영웅이자 구원자'가 되는 이야기라는 정리가 좋았다.
p190 "끝장을 볼 때까지 고통을 겪자." 해결 안 된 고통은 되풀이된다 —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맞서라는 의미로 다가왔다는 문장.
p103 카마스와미의 걱정. 채무 걱정으로 잠 못 자는 카마스와미에게 "걱정해봐야 소용없다"던 싯다르타. 같은 걱정으로 잠 못 자는 입장에선 얄미웠지만 맞는 말이었다는 고백 — 그리고 그런 싯다르타가 훗날 아들을 겪으며 "머리로는 알아도 안 되는 게 있다"를 깨닫는 게 이 책의 성장이라는 정리.
p151 바수데바의 경청.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사람. 입 밖으로 내뱉으며 스스로 정리된다 — "이런 친구가 있는 게 부러웠다." 다만 현실론도 나왔다. 받아들일 수 있을 때만 들어줄 수 있다, 모두에게 바수데바가 될 필요는 없다(부정적인 얘기를 두 시간 들어주다 지쳐버린 경험담과 함께).
바수데바는 우리 곁의 ChatGPT인가. 요즘 챗GPT에 일기 쓰듯 정리해 말하면 잘 들어주고 정리해준다는 데서 나온 비유. 반론도 즉각 나왔다 — 챗GPT식 대화가 기본값이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무례하다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교사 멤버가 보탠 관찰: 코로나 이후 학생들이 표정과 비언어를 읽는 능력이 약해졌다. 면대면 소통은 여전히 배워야 하는 기술이다.
"너무 지나치게 똑똑하지 않도록 경계하시오." 고타마가 오만한 싯다르타를 '저격'한 한마디라는 해석. "너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을 돌려 말한 것 같다고..
처음과 끝의 역전. 처음엔 창녀·상인 등 속세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던 싯다르타가, 마지막엔 "각자의 이유와 목표가 있으니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된다"로 정확히 뒤집힌다. 이 대칭 구조가 좋았다는 평.
p77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고빈다 같단 말이야." 오히려 싯다르타가 고빈다를 아래로 보며 자존감을 채운 것 아니냐는 신선한 해석. 이 발언을 계기로 샤이 고빈다 팬이 다수 발견됐다.
곁가지도 있었다. 오디오북으로 듣다가 하필 속세와 여인의 장면이 시작돼 민망했던 에피소드, 그리고 지난 모임 발제("내 아이가 불확실한 꿈을 쫓겠다고 한다면? 지원해줄것인가?"→ 결국 스스로 겪어봐야 안다")와 뱃사공의 조언이 똑같아서 소름 돋았다는 발견. 캐릭터 옹호론도 나왔다 — 10대에서 20대가 가장 오만하고, 30대엔 속세에 찌들고, 노년엔 인자해지는 인생의 압축판이니 잘 쓴 캐릭터라는 것.
토론은 자연스럽게 고빈다에게 수렴했다. 시작은 이 관찰이었다 — "고빈다가 한국인상(像)에 제일 가깝다." 선생님을 찾고, 노력하고, 겸손하고, 탈선 없이 잘 컸다.
고빈다 호(好)파: 자격지심도 열등감도 없어서 멋있다. 마지막까지 "가르쳐줘"라고 할 수 있는 건 진짜 사랑이자 대단함이다.
고빈다 비판파: 끝까지 외부의 것을 동경하고 '깨달음 비교'를 멈추지 못한다 — 평생 못 깨달을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자존감이 낮다.
구조론: 싯다르타가 부처의 형상화라면 고빈다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다. 고빈다는 속세를 겪어보지 못해(애착 대상이 '도 닦기'뿐이라) 깨닫기 어려웠을 것 — "같이 데려가지, 혼자 가는 것도 참 싯다르타답다."
속편 제목 공모도 진행됐다(농담이다). 이날의 당선작: 『고빈다의 학원 찾기』. 여기서 파생된 학원 대 독학 논쟁과 인생책 논의는 각각 발제 6과 발제 8에서 정식으로 돌아온다.
"타인을 나 자신처럼 사랑하라" — 그러려면 먼저 나를 사랑하고 내 안에서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듣고 넘기기" — 기분 나쁜 말에 반응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로 넘긴다. 더 생각하면 나만 힘들다.
노래 가사 하나 — "차근차근 외에 다른 건 허상이나 다름없다." 야근 후 퇴근길에 들으며 쌓여야 결과가 된다는 걸 되새긴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소통으로 안 될 건 없다" — 바수데바의 경청도 소통의 한 장면이다. 나와의 소통이 되어야 남과의 소통도 된다.
"넘치는 물로 주어라" — 나를 먼저 채우고, 넘치는 것으로 준다. 예전엔 '기대 안 하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충분히 줬으면 못 받아도 괜찮은 마음'으로 진화했다고. 채우는 방법은 운동과 취미, 그리고 프로틴.
발제자의 문제의식: 고빈다가 더 '인간' 같은데, 속세의 단맛을 보고도 돌아올 수 있었을까. 아기가 과자를 처음 먹으면 못 놓듯이. 발제자 본인은 불가능 쪽이었다.
가능파(성향론): "헛되고 헛되다"를 느끼는 성향이면 돌아온다. 릴스를 두세 시간 보고 난 '찌든 느낌'이 싫어서 스스로 끊게 됐다는 경험담이 근거로 제출됐다. 자기 전 릴스 대신 일부러 지루한 옛날 드라마를 보는 도전기가 공개되자 — 일주일에 이틀 성공 중 — "도박 치료 모임이냐"며 폭소가 터졌다.
불가파(결이론): 반대되는 것들을 시도해봐도 결국 원래대로 돌아가더라. 결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제3의 답: 고빈다는 속세에 갔어도 더 대단한 학자가 됐을 것이다. 고빈다가 못 깨달은 건 속세 경험의 유무 때문이 아니다. 속세에 갔다면 오히려 "난 이게 안 맞아, 공부가 내 길이구나"를 깨달았을 것이다. 새벽 5시 독서가 남들의 게임만큼 재밌다는 어느 교수님처럼 — 천직론이다.
반론: 고빈다는 애초에 '더 훌륭한 성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귀의한 사람이다. 속세에서 싯다르타가 돈을 잘 벌면 "비법을 알려달라"며 더 매달렸을 것이다. 싯다르타라는 지지대가 없었다면 못 벗어났을 것.
이날의 정리: 고빈다는 교종이다. 경전으로, 머리로 배우는 타입.
싯다르타가 후반에 말보다 얼굴·표정·행동이 중요하다고 한 데서 착안한 발제.
따뜻하고 단단한 기운 — 의지하기 쉬운 사람.
"진짜 재밌게 산다"는 기운 — 내 삶이 재밌는 장르로 보였으면 한다. 들었을 때 가장 기분 좋은 말이라고.
"개성 있다"는 기운 — 둥글둥글한 성격이라 오히려 "독창적이다"라는 말이 좋아서, 옷도 운동도 일부러 남들 안 하는 걸 도전 중.
"이해심 많다"는 기운 — '적을 만들지 말자'로 살다 답답해서 할 말 하고 살게 됐더니 갈등도 생겼고, 이제는 반대로 자상하다는 말이 듣고 싶다고. ("두 분을 반씩 섞으면 되겠네요. 다들 자기가 못 가진 걸 원하는군요.")
곁가지 토론이 의외로 깊었다 — 명작은 호불호가 갈린다, 사람도 그렇다. 진짜 매력적인 사람은 호불호가 갈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있으면 좋지" 정도라는 것. 20대의 배려와 예의가 어느새 가면이 되고, 상대도 그걸 느껴 서로 진심을 못 전하게 된다는 착한아이 증후군 성찰도 나왔다.
"슬프게도 내 욕망이 세상의 욕망을 따라가고 있다" —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다수 의견: 크게 다르지 않다. 커리어 성공과 성취욕 자체가 세상의 욕망과 겹치는 '표준형 욕망'이다.
"그조차도 내 욕망이다" — 세상에 나를 맞춘 것 같아 안타깝지만, 역으로 보면 그것도 내가 원한 것이다. 세상과 잘 살아가는 것 자체가 내 욕망이다.
사고실험도 등장: 명예 있지만 최저시급 대 명예 없지만 고소득. "냉정하게 생각해도 나는 명예 쪽이더라."
이날의 도달점: 사회와 내 욕망이 다른가가 문제가 아니라, 내 욕망을 내가 충족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결국 이 질문은 마음이 시키냐 대 머리가 시키냐의 싸움이다.
확장판 — 좋아하는 일 대 잘하는 일. "최저시급이라도 좋아하는 일"이 다수였고, 실제로 직업을 바꿔 월급은 줄었지만 일 자체는 정말 만족스럽다는 사례(경력 리셋 감수)가 나왔다. "나는 돈"이라는 쿨한 답변도 있었다. 교사 멤버의 자기분석이 인상적이었다 — "나는 잘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잘하면 자존감이 채워지고 흥미도 따라온다. 직업은 잘하는 걸 택해도 좋다."
발제자의 모토는 "오만하지 말자"다. 싯다르타가 싫었던 이유도 "저들은 안 좋은 삶, 나는 더 나은 삶"이라고 판단해서 — 그 판단 자체가 오만 아닌가.
"더 나은 삶은 비교가 전제다. 내 기준에서 나아 보여도 그 사람에겐 아닐 수 있다. 더 나은 삶이란 없다. 내가 사는 삶 자체가 좋은 삶이다."
절충안: 주체가 '나'라면 오만이 아니다. 문제는 그걸 남에게 말하는 순간이다. "속으로 비교하며 만족하는 것까지는 인간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말로 하면 선을 넘는 것."
결혼시장 비유 — 1등 신랑감·신붓감도 나와 안 맞을 수 있는데 스펙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오만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네가 내 인생을 1살부터 똑같이 살았다면 너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단편만 보고 틀렸다는 건 오만이다."
애정 어린 조언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 존중을 바탕으로 '이런 건 어때?' 한 번은 괜찮지만 '무조건 해야 돼'는 강요다. 책의 그 문장, "지식은 전수될 수 있어도 지혜는 전수될 수 없다"와 정확히 연결된다.
발제자에겐 고민이 남았다. 아끼는 사람이 누가 봐도 자신을 망치는 길로 갈 때 — 친구로서,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 모든 개입이 다 오만인가. 싯다르타는 아들이 나쁜 길로 가도 "아이의 인생"이라며 존중할 수 있었을까. 마무리는 영화 속 구교환의 대사였다.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
『고빈다의 학원 찾기』의 정식 후속 토론이다.
연기 —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의 말을 해보고 싶다. "학원은 생각 안 했는데"라고 하자마자 "말 나온 김에 바로 예약해요!"라는 압박이 들어왔다. "직장인은 화를 참는데 연기 학원에선 화를 내면서 풀린대요."
영화모임 — 영화를 사고파는 부루마블인 '무비마블' 보드게임으로 8월에 모임을 열기로 했다. 옛날부터 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용기를 냈다고.
발레 — 말린 어깨 체형 교정 목적. 역시 "당장 해라"는 즉시 실행 압박.
즉시 실행형의 간증 두 건: 하이록스에 나가고 싶어서 예약도 없이 집 앞 크로스핏장에 직행, 그날 수업 받고 "6개월 결제하겠습니다" / 친구가 밴드 하자고 전화하자 끊자마자 드럼학원 등록. "8월 31일 공연까지 세 곡 완성해야 해요."
요가(다른 모임에서 배우는 분 따라 3명이 같이 등록), 복싱(3개월 등록, 2달 열심히 하다 야근 일주일에 리듬이 깨져 마지막 달 통째로 날림), 필라테스(예약까지 했다가 주말 출근으로 무산, 9월 재도전), 서핑("노력 대비 즐거움이 짧다"는 냉정한 평).
사주(명리학) 독학 — 매년 돈 내고 보러 가느니 직접 배우기로. 최근 관심이 많이 생겼다(다른 멤버의 사주 유튜버 추천도 있었다)
이날의 관찰로 닫는다 — 하고 싶은 게 계속 생기는 것 자체가 대단한 에너지다. 기운이 없으면 호기심도 없다.
민음사TV에서 이 책을 다루며 던진 질문인데, 네 명이 다 다르게 답하는 게 신기해서 가져왔다는 발제.
돈: "돈이지 않을까." (서로 다 돈이라고 할 줄 알았다는 반응들.)
사랑(반려자): "내가 책임질 사람은 딱 와이프까지가 1번. 자식이 배울 단 하나는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는구나'면 충분하다." 논거는 이랬다 — 돈은 노력하면 벌리고 가족은 원래 존재하지만, 반려자는 유일하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존재라 가장 약해질 수밖에 없다.(사랑꾼..)
가족: 사랑도 결국 '내가 만든 가족'이니 가족이다. — 싯다르타도 결국 마지막에 흔들린 건 자식이었다.
다른 것, 게임: 평소엔 안 하다가 빠지면 주말 이틀에 30시간. 연애 중에도 게임 생각이 나더라는 고백. 게임회사 재직자는 너무 좋아해서 취준 때 아예 끊었고, 다시 시작하는 게 무서워 연휴에만 몰아서 한다고 — 스토리 게임을 속전속결로 끝내고 미련 없이 접는 전략(명절에만 한다..).
게임이 유혹적인 이유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현실과 가장 달라서다 — 현실은 보상이 즉각적이지 않지만 게임은 목표를 명확히 주고 보상이 확실하다.
휴식 전 나온 인생책 정의론 — "문장이 나에게 공감되면 그게 인생책, 인생책은 갱신된다", "감정을 끌어내는 책, 읽던 순간의 공기와 장소가 기억나는 책", "재밌게 읽은 책과 인생책은 다르다" — 의 본편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여러 번 읽진 않았지만, 소파에서 읽던 그때의 온도와 느낌이 인생책.(노을지던 햇살을 받으며..)
『7막 7장』 — 중학교 때부터 자기 상황에 대입하며 읽은, 삶을 바꾼 책. 두고두고 읽는 작가로는 온다 리쿠.
『모모』 — 초등학교 때 독후감으로 만나 수없이 읽은 책. 커서 읽어도 좋다.
『인간관계론』 — 반사회적이었던 시절 세 번 읽고 실천하며("이름을 기억하라", 시장 아주머니에게 먼저 말 걸기) 성향을 바꿨다. "성향은 바뀔 수 있다. 하니까 되더라."
인생책이 없다는 답도 둘 — "모든 책에서 느낀 감정을 깊이 파는 걸 좋아할 뿐" / "인생책이 없어서 오히려 여러 책을 골고루 읽는 게 장점이다. 문학과 비문학 교차 독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중간 도파민 충전용."(인정합니다)
인생영화로도 번졌다. 원래 「그녀(Her)」였는데 AI가 현실이 되면서 탈락했다는 씁쓸한 갱신담 — "사람이 이렇게까지 소통이 필요한 동물이구나"를 깨닫게 한 영화였는데. 지금은 시골 극장에서 처음 본 「해리포터」 1편이라고. 「더 웨일」을 꼽은 멤버는 피자 배달부와 마주친 찰나의 표정에서 자기 편견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녀(영화)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작 / 작품상, 음악상, 주제가상, 미술상 후보작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직접namu.wiki
덧붙이자면, 요즘 싯다르타가 인생책으로 많이 꼽히는 이유에 대한 가설도 휴식 전에 나왔었다 — AI와 인스타로 대리 경험이 과잉된 '과도한 시뮬레이션의 시대'에, 직접 겪으라는 이 책의 메시지가 역행하며 경종을 울린다는 것.
p200에서 출발한 발제. 발제자 자신의 반성이 먼저였다 — 철학은 잘 살기 위한 것인데, 시험 때문에 이 책마저 '지식적으로' 읽고 있더라는 것.
하스스톤 — 카드 심리전이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위클리 퀘스트 보상이 목적이 되어 의무적으로 접속하고 있었다. "목적이 바뀌었구나, 시간만 쓰고 재미도 없다"를 깨닫고 미련 없이 접었다.
자격증의 역설 — 즐기려고 시작한 조주기능사도 시험을 걸어놓으니 시험공부가 우선이 됐다. 근데 안 걸어놓으면 게을러서 안 하는 딜레마.
반례 — 독서모임. 원래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걸어놓기로 신청했는데, 지금은 그냥 읽고 싶어서 읽는다. 수단으로 시작해 목적 그 자체가 된 좋은 케이스.
싯다르타는 별다른 외적 원동력 없이 스스로 계속 추구한다. 끝까지 가는 사람들의 원동력은 뭘까.
미래의 나를 상상한다 — "몇 년 뒤의 나"를 대입하면 할 맛이 난다. "임종 직전에 '30살로 돌아가고 싶다' 했는데 눈 떠보니 지금이 그 30살"이라는 사고실험까지. 오늘은 미래의 내가 그리워하던 과거다.
정반대의 상상 금지파 —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하면 그 상상만으로 도파민을 미리 당겨써서 오히려 안 하게 된다. "나는 상상 안 하고 그냥 한다." 김연아의 "그냥 하는 거죠"가 인용됐다. 어제 했으니까 오늘 한다, 돌아보면 성장해 있다. (단, 비욘세는 매일 무대를 상상했다는 반례도 나왔다 — 사람마다 맞는 방식이 다르다.)
재미 —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건 재미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다른 일이 더 재밌어진다. 일부러 굴곡을 만들어 재미를 찾는 전략.
결핍 — 3주간 아무도 안 만났더니 심심해서 미치겠어서 댄스 클래스에 등록했다는 간증. 결핍도 원동력이 된다.
책 한 권 전체가 "직접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그 책을 모여서 토론하고 있다. 이 발제는 그 모순의 정면돌파다.
직접파: 싯다르타 말처럼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스스로 부딪혀야 더 크게 깨닫는다.
가능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심플) 깨달음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
절충 1, 자의/타의 구분: 타인에게 '배울' 수는 있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도, 책에서 배운 것도 내 선택의 결과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데 옆에서 가르치려 들면 못 배운다.
절충 2, 매개체론(교사): 같은 수업도 아이들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르다. 타인은 깨달음의 '매개체'가 될 수 있고, 매개체를 통해 얻었어도 결국 그 깨달음은 자기가 직접 느낀 것이다.
부정적 감정 활용론: 타인에게서 오는 열등감과 부러움도 잘 쓰면 좋다. "쟤도 하는데 나는 못해"가 아니라 "쟤도 하니까 나도 한다". 부정적 감정은 다루기 어렵지만, 잘 다루면 무기가 되는 칼이다.
싯다르타의 여자와 도박처럼. 부정적인 걸 고백해야 하는 발제라 다들 머뭇거렸고, "남의 지갑에 손을…" 같은 농담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했다.
"풀속세 1년" 고백 — 게임 과금, 술담배, 배달음식까지 자극이란 자극은 다 해봤더니 지겹더라. 지금은 다 안 하는 노잼 인간이 됐다는 것. 직접 겪고 시들해진, 정확히 싯다르타식 궤적이다. ("귀여운 속세네요"라는 평가를 받았다.)
술은 억제제를 없애주는 것 — 각성시키는 게 아니라 억눌린 것을 풀어 본성이 나오게 한다. 혼술하면 내 마음에 솔직해지고 정리가 된다는 활용론. 술 덕분에 착한아이 증후군을 풀고 가면 쓴 대학 친구들과 진실한 대화를 나눴더니, "대학 친구는 가짜"라던 생각이 깨지고 고등학교 친구보다 친해졌다는 사례도.
속세 옹호론 — 속세가 마냥 나쁜가? 소설 속 상인들이 없었으면 싯다르타는 밥도 못 얻어먹었다. 쇼츠도 나쁜 도파민만은 아니다, IT 업계에선 트렌드 습득 통로다. 그리고 "인스타 안 했으면 힛치도 몰랐겠죠."
원래는 지인들끼리 '매일열장'이라는 독서 챌린지 모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 다른 독서모임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까. 그렇게 힛치를 알게 됐고, 격주로 네 번에 15만원이라는 가격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결론은 단순했다. 일단 한번 해보고 판단하자. 질러버렸다.
다른 주제를 가진 모임들도 있었지만, '올드앤뉴'라는 이름 아래 고전과 현대문학을 오가며 읽는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 『싯다르타』가 커리큘럼에서 가장 기대하던 책 중 하나였기에, 고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1회차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들어갔다. 리더님이 모두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신 덕에, 끝나고 나서는 '내가 말이 너무 많았나?' 싶을 정도로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다른 독서모임들과 달리 — 모두가 책을 읽어 오고, 오로지 책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이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1회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후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게 오늘까지 네 편이 됐다. 그리고 이 4회차를 끝으로, 이번 6–7월 올드앤뉴는 마무리됐다.
그래서 다음에도 15만원을 내고 힛치를 할 거냐고 묻는다면 —

다음 8–9월 올드앤뉴도 잘 부탁드립니다.
참고 자료: 민음사 도서 소개, 민음사TV 『싯다르타』 편(발제 7의 출처)